하니에게 쓰는 편지 반려견 하니

하니야 
사랑하는 우리 꾸이
오늘은 누나랑 보경이 누나랑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누나 미국 갈 짐을 쌌어.
바쁜 하루를 보냈지? 
그리고 하니 동물 병원에게 전화를 해서 하니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어.
물론 슬픈 소식이었지만 더 이상은 말하지 못했어 하니야.
모두들 다행이라고 하는데 왠지 너무 씁쓸했어 하니.


하니야 짐을 싸면서 하니 생각이 났어.
하니를 두고 어떻게 떠나나 누나가 맨날 그랬잖아.
맨날은 아니지만.. 히히..
이젠 두고 떠날 하니는 없는데 .. 짐을 싸는데, 그토록 원하던 미국을 가는데
흥이 전혀 나지 않았어.

우리 하니만 있다면 정말 불행할 게 없어 보였어.
참 웃기지.
그렇게 소중한 하니가 옆에 항상 있었는데, 누나는 항상 불만만 하고 자기 연민에 빠졌었어.

그토록 소중한 하니가 떠나니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우리 가족 뿐이라는 걸 깨달았어.
우리 하니의 빈자리는 다른 누구도 채울 수 없어,
누나 가슴 한 켠은 항상 우리 하니뿐이야.

아 참! 동생 알지?
이름은 다롱이로 지었어. 역시 하니 아빠가 지었고!
나는 처음에 하니 동생이니까 둘리나 두이라고 지을라고 했는데,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 작명인은 아버지잖니! 다롱이로 만장일치!!

다롱이는 오늘 재롱을 많이 떨어서 우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어.
하니만이 독차지 하던 사랑인데, 엄마 아빠 누나들이 나눠주니까 우리 하니
서운할지도 모르겠어. 물론 누나도 다롱이가 귀여우면서도 하니한테 왠지 너무 미안했어

하지만 하니야 다롱이 잘 키워서 누나들이랑 엄마 아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된다면
우리 하니.. 너무나도 서운하진 않을거라 생각해.

그리고 누나가 죽을 때 곁에 못 지켜줘서 너무 미안해.
우리 하니에게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게.

내일은 아빠가 만들어온 십자가를 들고 하니 무덤에 갈꺼야.
누나 미국가기 전에 하니 마지막으로 보는 거니까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고 싶네 하니.

누나가 미국갔다 와서도 하니에게 갈게.
하니에게 거짓말 하지 않을거야. 누나니까.

하니야 사랑하는 하니야..
이름만 들어도 눈물 나는 하니야.

내일 보자. 사랑해 하니.



하니에게 알리는 소식! 반려견 하니

하니야
너가 우리 곁을 떠난지 벌써 삼일째가 되는구나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사일째.
오늘도 너가 너무 보고싶었어! 꾸이야
새벽에 너의 킁 소리와 수염 촉감이 너무 그립더라.
엄마도 너가 너무 보고싶어서 아주 우울해하고 있어.
꾸이는 착하니까 사랑하는 엄마가 우울하면 슬프지?
그러니까 하니는 건강하게 아주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오늘 큰엄마랑 하니 동생을 데리고 왔어.
동생을 이렇게나 일찍 들일 생각 ... 사실
아예 반려견을 들일 생각이 없었어.. 새 집 지으면 아주 큰 개 정도만 생각했었지.
그런데 큰엄마의 재촉과 독려로 생각보다 너무 일찍 하니 동생이 왔어!
하니야 너보다 훨씬 안 이쁘더라 ㅋㅋ 역시 생긴건 우리 하니가 제일 이뻤어. 히히
근데 동생이 발랄해서 하니가 걱정하는 우리 엄마를 덜 우울하게 해주면서 서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도 동생으로 들어온 아이가 너만을 대신하는 용이 아닌
(물론 너를 대신할 수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어! 정말이야 꾸이!)
너에게 다 못준 차마 다 못준 .. 시간이 너무 짧았으니까 .. 
못다준 사랑을 다 주면서 동생이 잘 크도록 사랑으로 돌볼게 꾸이야.

질투하지마! 누나가 어제 말했잖아 
우리에겐 항상 꾸이뿐이라고.

물론 동생도 이뻐할꺼야. 근데 원래 둘째는 ㅋㅋ 막 세게 키우는 거래!
나도 그렇게 컸어 꾸이야 ! 

동생도 건강하게 잘 자라서 꾸이만큼 우리에게 사랑받는 강아지가 되도록 꾸이도 응원해.
동생에게 주는 사랑은 결국 꾸이로 향하는 거와 마찬가지야.

하니야, 하늘에서 천국에서 말이야
누나가 미국에 가도 엄마 누나 잘 보살펴야해. 아빠도,
우리 가족이 꾸이를 잃어서 너무 슬프지만, 꾸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기로 했으니,
하니도 천국에서 우리 가족을 향해 항상 웃어죠. 우리도 언젠간 하니 생각으로 슬퍼하기보다는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더 웃게 될 날이 올거라 믿어.

하니야 사랑하는 하니야.
오늘은 바람이 불었는데 춥지 않았니?
아빠가 십자가 잘 만들어준다니까 하니야 그날 또 보는거야! 알았지?
우리 꾸이 그럼 오늘도 잘자. 사랑해 꾸이!! 누나꾸이잖아~!!!헤헤..


주노 (Juno, 2007) 문화놀이


감독 : 제이슨 라이트먼
출연 : 엘렌 페이지, 제니퍼 가너, 마이클 세라 등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함꼐 하는 것은 불가능한가요?"

 





김혜리 <영화야 미안해> 타인의 글


좋은 부분.

글쓰기가 처음 가르쳐 준 것은 체념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퍼드덕 뒤채던 생각과 느낌은 언제나 여름날 좌판의 생선만큼 쉽사리 상했습니다. 진실이라 믿었던 말들은 종이로 옮겨 담자마자 풍미를 잃었고 간혹 악취까지 풍겼습니다. 갓 짠 삼베처럼 빳빳하고 정결했던 심상도 글로 옮겨지고 나면, 고단한 하루의 끝에 벗어놓은 신발처럼 때 묻고 구겨져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글이 약속하는 그 어김없는 좌절에 저는 점점 중독외었습니다. (걱정 마, 어차피 잘 안 될 거야!) 온갖 지옥 중에는 사람마다 견딜 만한 지옥이 하나씩 있다는데, 말이나 노래는 어차피 제 것이 아니었으니, 글은 비교적 아늑한 지옥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김혜리, 영화야 미안해 중>

이 부분을 읽으면 
글을 써보려고 혹은 쓰는 활동을 하면서 고뇌를 했던 사람들의 애환을 공감해주는 느낌이여서 나도 모르게 위안이 되었다. 글로 먹고 사는 김혜리 기자님도 이와 같이 어김없는 실패에 중독되었다고 하니, 어쩌면 나도 이것에 중독되어도 좋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나에겐 크나큰 변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허문영 타인의 글

영화 평론가 허문영씨가
김혜리씨의 <영화야 미안해> 마지막 부분에 쓴 발문을 보면서
김혜리씨도 좋지만, 허문영씨의 글도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평론가지만, 색체가 다른 두 분. 하지만 서로 다른 두 분의 글은 다르게 멋있더라.


... 그의 글의 아름다운만큼 좋은 건 그의 글에 담긴 예민함인데, 그것은 그의 소심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종류의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는 그런 질문을 제기하고 답할 만큼 자신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 편의 영화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고 판정하는 데에도 무관심하다. 다만 그는 저 영화는 내게 무엇인가, 그리고 저 영화는 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무엇일까, 라고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그 태도가 어설픈 백 마디 분석의 언어를 초라하게 만든는 빛나는 공감의 언어를 낳는다.



1 2 3 4 5 6 7 8 9 10